세상 물건들 이야기2010. 8. 17. 13:57

 갤럭시A에 사소한 개선을 희망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어폰을 이용하여 음악을 듣는 경우 재생 정지나 음악의 끝까지 가지 않아도
 다음 두 개의 상황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음악이 저절로 정지된다.

 1. 이어폰을 뽑으면 음악이 정지된다
 2. 전화가 오면 음악이 정지된다.

 2번이야 당연한거고, 가끔 음악을 듣다가 실수로 이어폰이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1번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두 개의 상황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상식적으로는 or 연산이니까 꺼져야 당연한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다음이 버그 시나리오.
 1. 제공되는 마이크 겸용의 이어폰이 구리다고(-_-; 진짜 구리긴 하다) 느끼는 사람이나 이어폰이 고장나서 호환의 3.5mm 평범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다.
 2. 전화가 왔다
 3. 당연히 음악은 꺼진다
 4. 이어폰으로 통화가 불가능하므로 이어폰을 뽑고 통화를 한다.
 5. 통화 종료
 6. 스피커로 음악이 나온다 (읭??)


 공공장소에서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통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면 이어폰을 삽입구에 반쯤 걸쳐 놓고, 통화 종료와 동시에 번개같이 꽂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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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문제를 애니콜랜드의 건의란에 건의를 해 보았다
 사실 이어폰을 뽑으면 전화가 꺼지는 기능이 있으니,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답이 왔는데, 답변이 가관이다

애니콜 제품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 보내주신 의견은 잘 받아 보았습니다.

먼저, 당사에서는 제품의 안정성과 정상적으로 호환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이어폰 악세사리는 기본구성품에 포함되어 있는 이어폰 악세사리로

해당 악세사리를 통해 보다 자세한 안내를 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당사의 기본구성품의 악세사리는 음악 청취 외에도 통화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부분입니다.

앞서 안내드린 내용과 같이 제품의 안정을 위해 당사 이어폰을 사용해 주시기를 권유해 드립니다.

하지만, 고객님께서 보내주신 내용은 담당 부서로 전달하여 공유하겠으며

보다 나은 제품 사용으로 만족을 드릴 수 있는 삼성 애니콜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 태클 들어 가 보자

1. 당사 이어폰을 사용해도 "해당 모델의 이어폰"이 아닌 경우 통화가 안되는건 마찬가지다

2. "해당 모델의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핸즈프리가 불편하다거나 해서 이어폰을 뽑는 순간 위의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 즉 이어폰의 문제는 아니다

3. 3.5mm 지원은 애니콜랜드에 있는 공식 언급이다. 즉 3.5mm 표준 이어폰을 사용함으로 제품의 안정이 해친다면 (그렇게 설계하기도 힘들겠다..;) 삼성전자가 거짓말 한거라는 게 된다.

4. 한발 양보해서, 3.5mm 를 지원은 하지만 안정성에 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언급이면, 이는 일개 상담원이 삼성전자 엔지니어를 능멸한 것이 된다. 위에도 썼지만 그렇게 설계하기도 힘들겠다.

5. 무엇보다도, 이 상담원은 문의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외부 이어폰을 썼더니 기능이나 성능에 문제가 있어요" 가 문의의 내용이 아니다. "이러이러한 불편이 있는데, 혹시 몰랐던 이슈라면 다음 업데이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 해 달라" 라는 것이 문의의 내용이다. 이것은 나의 불편사항 일 뿐이므로, 차라리 "이러이러해서 반영이 어렵겠네요 죄송." 이라고 했다면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쓰고 있을 이유가 없다. 어째서 저렇게 방어적으로 나오는가?


엔지니어들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열심히 제품 개발하면 뭐하나.
마케팅 하면서 깎아먹고,
피드백 하면서 깎아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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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피드백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상담원이 모든것을 알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달되어야 할 피드백들이 엔지니어, 혹은 그에 준하는 지식/힘을 가진 상담원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은 정 반대로, 엔지니어에게 도달해야 할 필요가 없는 피드백들에 대해서도 도달함으로 인하여 시간이 낭비된다는 점이 있다.

상황에 맞게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위의 답변에서도 전달 된다고는 했다.)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기꺼히 "개밥을 먹어주고" 거기에 모자라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내 주는 사람들.
일시적으로는 나의 일을 늘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판에 박힌 답변이나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헛소리를 하는 것은,
열렬한 팬을 지독한 적으로 바꿀 계기를 제공하는 것에 다름없다.


새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언제나 최고의 피드백을 해 주는 하이바님과,
멋진 피드백 시스템을 완성시켜준 구영님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Posted by mori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