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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 사칙연산
세상 사람들 이야기2009. 1. 11. 16:27


과거에 약 4년정도, 학원 강사일로 입에 풀칠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놀랐던 기억 중 하나로,
여전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할 줄 알면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수학강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전 학창시절에 수학이 정말 싫었어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할 줄 알면 되지 뭘 그리 어려운 것을 가르친담?"
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하여 분위기를 딱딱하게 굳힐 것인가, (* 대부분 이런 화제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회화에서 나오기 때문에, 심각하게 파고들면 분위기가 당연히 굳어진다)
아니면 그냥 웃고 넘겨서 분위기를 수습하고, 그 사람이 나중에 자식들에게 똑 같은 이야기를 하며 그 자식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만족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할 것이가 하는 고민을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학에, 사칙연산만이 - 사실 이건 수학이 아니고 산수의 범위에 들어가지만 -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상의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말해, 써본 적이 없으므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컴퓨터를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컴퓨터 따위 없어도 세상 사는 것에 문제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라는 얘기다.
컴퓨터를 써 본 적이 없거나, 컴퓨터를 오로지 유희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수학에서 사칙연산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따위 없어도 세상 사는 것에 전혀 불편을 느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컴퓨터가 얼마나 대단한 도구인가를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유용성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기를 쓰고 설명해도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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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기억속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꺼내는 이유는,
이 사칙연산의 일들이 조금 바뀌어 현실 - 특히 정치 - 에서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멀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대의민주주의의 의미를 모르는 아저씨나, 뉴타운에 홀리는 욕심쟁이 아줌마들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정치따윈 관심없어" 라던지 "정치인이란 누구나 똑 같아"를 남발하는 주위의 젊은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대선 전에 이명박을 찍겠다는 사람들에게, "왜 이명박이야?"를 물어보면, 20%의 답변은 "엄마가 찍으라고 해서" (당시에 난 포항에 있었다.) 라는 논할 가치가 없는 답변을 하였고,
대략 80%의 답변은 "그 사람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따로 찍을 사람이 없어서" 라는 답변을 하였다.
그 80%의 답변가들에게 "따로 누가 있는데?"를 물었을 때 그 아이들이 내놓는 답변은 정동영, 좀 더 많은 대답을 할 수 있었던 아이들도 허경영을 벗어나지 못했다.
따로 찍을 사람이 있는지 없는 지는, 도대체 누가 있는지 정도는 모두 알아보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사칙연산만을 알고 모든 수학 문제를 풀려는 사람은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름의 만족에 빠져 살 수 있다.
조선일보가 주는 사실을 진실로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역시 자기만의 만족이다.

 

태생적으로 부자를 위할 수 밖에 없는 정권앞에서 더욱 궁핍해질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이, 현실은 점점 시궁창으로 변해가도 조선일보에서 읊어주는대로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욕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만족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욕하고, 거리로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차기 대선의 박근혜 지지율이 39.4% 라는 기사를 접하고,
"박근혜였으면 달랐을 거야" 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면서,

 

나는 이러한 "정치의 사칙연산" 만이 전부라고 믿는 이들앞에서 여전히 고민한다.
분위기를 굳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만의 세계에 안주하도록 할 것인가.

 

 

Posted by mori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