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이야기2009. 6. 5. 17:27

"Save the developers - 개발자 좀 살려주세요" 라는 캠페인이 있었다. 아니, 있었다.. 라기 보다는 아직도 전개되고 있다.
Windows XP 에 기본적으로 탑재 된 IE6 이 시대에 뒤쳐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귀차니스트들이 업그레이드를 안함으로 인해 개발자들이 구버전 호환을 위해 애써야하는 상황을 알리고,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를 독려하는 캠페인이었다.

나도 현재 웹 개발로 밥벌이는 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IE6는 굉장히 불편한 존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버쪽의 작업만 해도 만만찮은데, 각 클라이언트들에 맞춰서 클라이언트 스크립트 작업을 할 때에, IE7, 8, FF, Opera, Chrome 은 서로 왠만큼 호환이 되는데 반해, IE6 에서는 유독 혼자 따로 노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 되었다.. 싶을때 뭔가 문제가 생겼다면. 100% IE6에서 안되는 문제인 경우가 다반사.


왜 사람들은 IE6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가?

일단 컴퓨터를 정말 잘 몰라서, 업그레이드의 개념도 없고, 설치할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정보에서 한국의 IE6 점유율이 56.8% 인데 한국의 IT 수준을 감안하였을 때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할 정도의 컴맹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즉, 업그레이드를 "못하는" 사람 말고, "안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건데, (그래서 캠페인도 하는 거겠고..) 왜 안할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 보고자 한다.

웹 표준이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cross-browsing(브라우져간 호환성 확보)얘기만 하려고 한다.
보통의 개발자/디자이너/퍼블리셔들은(앞으로 '개발자' 라고 뭉뚱그리겠다)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어느정도 선에서 cross-browsing을 구현할지 기획자와 상의하여 프로젝트 전에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IE 6 이상(경우에 따라 5.5이상)과 FF 정도까지 고려대상에 포함하는 추세이며, 좀 더 고려를 하면 Chrome, Opera 까지 고려한다. (IE 만 버전을 언급하는 이유는, IE가 유독 버전별 호환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IE6 사용자나, 7/8 사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오게 된다.

<내 사무실 컴퓨터의 작업 표시줄, FF, Chrome 및 버전별 IE가 모두 있다>

문제는, cross-browsing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일부 개발자들인데, 그들은 자신의 브라우져에서 잘 돌아가면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또 IE6을 사용 해 주신다는 거다. (그 이유는 지금 설명하고 있는 문제의 결론과 같다)
이 경우, IE6 사용자에게는 페이지가 잘 보이지만, 7/8 사용자들에게는 페이지가 잘 안나온다.
이런 개발자들은 많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데, 문제는 이 "고민안하는" 개발자 집단들은 사이트들을 "쭉쭉 찍어내시는"지라 사이트의 갯수로 치면 또 적다고 얘기 못한다는 거다.
그리고 과거 IE6 시절에 "외주"를 주고 사이트를 구축한, 개발 인력이 없는 많은 회사의 담당자들이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별로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되면, IE6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cross-browsing에 관심있는 개발자" 들이 만든 페이지와
"cross-browsing에 관심없는 개발자" 들이 만든 페이지 모두
이상없이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IE7/8 사용자의 경우,
"cross-browsing에 관심없는 개발자" 들이 만들어 놓은 페이지의 레이아웃이 깨지거나, 심한경우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 경우를 만나게 되며, 이를 "IE7(8)이 이상하네" 라는 결론을 내려 다운그레이드를 하게끔 만드는 일이 되어 버린다.

FF/Chrome/Opera의 경우 ActiveX 의 문제도 있으므로 좀 더 복잡한 문제이지만, IE를 업그레이드 안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위의 이유이다.

(어떤 사용자들은 "IE7이 느리고 무겁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처음에 사용하면 IE7이 좀 느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IE7의 탭 기능을 생각해보면, 절대 속도면에서 손해보진 않는다. 즉, 1:1로 싸우면 IE6이 빠르지만, 5개의 사이트를 동시에 탐색할 때, IE6으로 다섯개의 instance를 띄우는 것 보다 당연히 IE7 1개의 instance에 5개의 탭을 띄우는 것이 빠르다. 그리고 스트립트 수행 속도의 경우, IE7/8이 IE6에 비할 수 없이 빠르다. IE7이 "느리다" 라는 것은, 반절만 맞는 이야기이다.)


사용자들은 귀찮은 걸 싫어한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 그 이유는,
 + 획기적으로 편하거나 (Windows를 업그레이드 하는 주요 이유)
 +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지장이 있거나 (DirectX를 업그레이드 하는 주요 이유.. ^^;)

중 하나가 충족되어야 한다.
IE7/8이 IE6에 비해 편한 기능은 "탭기능" 정도이다.
하지만 두번째 이유, "지장"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IE6을 사용하므로 얻는 지장이 크지 않거나(언급한 cross-browsing), 아니면 느끼기 힘들기(스크립트 처리가 느린것, '이 사이트는 왜 이렇게 느려' 라고 생각함) 때문이다.

이것은 캠페인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들은 개발자의 고생에 대해서 "단 1g도 관심이 없다" 심지어, 본인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라는 것에는 말할 것도 없다.
굳이 캠페인을 하고자 하면 "사용자"들에게 씨도 안 먹힐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우리 개발자"끼리 cross-browsing을 좀 더 강력하게 지원하여 IE7/8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몰론 한발짝 더 나가서, 개발자들이 대동단결하여 IE6 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면, 편하다.
사람들이 IE6을 쓰면 불편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IE7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기획자들이 이런 안을 받아들일리가 없다. 손님을 쫒아내는 사이트라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미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정도의 대형포털이 "IE6 지원 중단" 같은 거 발표 해 주면 좋을텐데.. 그럴리도 없겠고.


결국 희망을 걸어햐 하는 건 윈도7 정도일 것 같다.
사람들이 윈도7 로 업그레이드를 당연하게 하기 시작하면, 딸려나오는 IE도 업그레이드가 될 테니까.



Posted by mori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