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이야기
술을 마시면,
moriah
2008. 1. 16. 00:50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잘못된 상식이라고 하네?
생각해 보면, 나도 술은 꽤 자주 먹는 편이지만 술이 딱히 늘었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다면, 마시면 마실수록 는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그리고 실제로 주위에도 보면 자긴 그렇다는 사람이 많고 말이다.
(술을 못 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 권할때 딱 하기 좋은 말로 "술은 마시면 늘어, 나도 그랬어"
만큼 좋은게 없기 때문일까? 그런 얘기 참 많이 들은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어제 술을 마시면서 곰곰히 생각 해 본 결과, 두 가지의 가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첫번째, 자극에 - 심리적으로나마 - 익숙해 졌기 때문.
무슨 말인고 하면, 난생 처음 술을 먹는 사람이 술을 한명을 마셨는데, 30% 정도 취기가 올랐다고 하자.
그럼 이 사람은 30%의 취기(자극)을 느끼고 여러 가지 느낌 (겁이 나거나, 기분이 좋아지거나,..)을
가질 수 있겠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 이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기를 1주일이 되었을 때,
역시 이 사람이 소주 1병을 마셔서, 역시 30% 정도 취기가 올랐다고 하면
몸은 그대로 반응할지언정, 느낌상은 차이가 있을 거라는,
30%의 취기가 아닌, 그보다 작은 취기를 느끼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어? 일주일 전에는 어질어질 했는데, 이제 그렇게 많이 어질어질하지 않아!'
라고 느끼는 거지.
이런식으로 되면 몸은 여전히 힘들더라도,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알콜의 상대량이 적어져서,
더 많은 술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보았다.
두번째, 기록
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대충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주량"을 일종의 "기록" 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주량" 이라고 하는 것은 컨디션에 따라 들쭉날쭉해서 어느 날 갑자기 많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위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 "그 기록"을 "주량" 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 주량은 소주 10병이오" 라고 얘기하는 괴물같아 보이는 사람을 그냥 믿고 술을 먹다가,
두 병째에 맥없이 뻗어버려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지 않은가?!)
역시 들쭉날쭉의 기록 중에서 자기가 기억하게 되는 기록(주량)은 항상 best record만 기억하는 게
사람이므로 - 그리고 또한 best record라는 게, 원래 위로는 갱신되어도 아래로는 절대로 갱신되지
않는 것기도 하고 - 이 사람 (뿐만아니라 이 사람이 말하는 '주량'을 믿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도)은
단지 "기록"이 늘 뿐인데도, 그가 "주량"이 늘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프를 그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3-4-3-3-3-4-3-2-5-4-3-4-4-2-3-1-3-3-4-6-4-3-2-3-4-5-3-2-3 병을 마셨다고 하자.
첫째날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주량은 세병,
둘째날은 네병,
셋째날은 세병이 아닌, "여전히 네병" 이 된다.
4,5,6,7,8,9 일 째에도 여전이 "네병" 이었다가, (심지어 그 전날 두 병 밖에 못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십일째에 이 사람은 드디어 "주량이 다섯 병"이 되었다고 느끼고,..
평균적으로 세 병을 마실 수 있는 이 사람의 "표면적인 주량"은 무려 여섯 병 까지 늘게 된다.
결국 두 가지 가설 모두 심리적인 부분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는데,
얼마나 맞는지는 검증 해 보지 못했다.
(주량에 관련된 연구(?)이므로, 검증을 위해선 사람을 골로 가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상황이 썩 유쾌한 일이 될 수는 없으므로, 검증은 무기한 연기(笑) 되겠다)